[츠무오이] 그렇고 그런 이야기

2019. 4. 24. 00:53

“우리 영화나 볼까?” 

“에? 갑자기?”

그냥~. 날은 좋은데, 딱히 할 일도 없잖아.

 

괜찮지? 아츠무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던 오이카와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TV로 다가갔다. 답도 안 들을 거면서 왜 물어봤데? 속으로 불평하려던 것이 입 밖으로 나왔는지 영화를 준비하던 오이카와가 샐쭉 눈을 찢으며 돌아봤다. 아, 야하다니까. 이것도 입 밖에 낸다면 꽤 흥미로운 반응이 돌아올 게 뻔했지만, 오늘은 왠지 영화 쪽이 더 끌렸다. 아츠무는 손깍지 낀 팔을 머리 뒤로 한 채로 아무 말 하지 않고 슬쩍 눈을 피했다.

 

“읏챠. 아, 그런데 츠무쨩.

“응, 토-루쨩?

점점 말이 짧아지는 것 같다?

뭐 어때, 애인인데.

 

애인이라고 다 말 놓지 않거든? 따지려 했지만, 세팅을 다 끝낸 오이카와는 얌전히 소파로 돌아와 그의 옆에 가까이 앉았다. 일반인의 상식이 아츠무한테 통하지 않는다는 건 오이카와도 잘 알고 있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서로를 잘 알고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처음에는 질색했던 토-루쨩―하물며 토오루쨩도 아니다.― 이라는 소름 돋는 애칭에도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다. 자신이 먼저 시작하기도 했고, 덕분에 왜 이와이즈미가 이와쨩을 싫어했는지 알게 됐다. 물론 그렇다 해서 저 먼저 바꿀 생각은 없다. 오이카와 씨니까 괜찮겠지, 뭐.

 

[널 보고 있으면 미칠 것 같아.]

 

으, 오글거려. 오이카와는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누구 의견인지 영화를 보자던 의견은 꽤 좋았지만, 영화를 잘못 고른 탓이다. 나름 로맨스를 추구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영화 취향마저 로맨틱하진 않았다. 로맨스 영화라서 중간중간 오글거리는 대사들이 등장하는데, 봐도 면역이 생기지 않아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은 팔을 쓸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참다 못해 영화를 끌까 싶었지만, 의외로 집중력이 뛰어난 아츠무를 보고 결국 끊지도 못하고 꾸역 감상하기로 했다.

 

토오루. 으, 응? 이내 갑자기 불린 제 이름에, 제 발 저린 오이카와가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고개를 돌리자 몇 없을 진지한 표정의 아츠무와 마주했다.

 

널 보고 있으면 미칠 것 같아.

 

오이카와와 잠시 눈을 마주하던 아츠무가 사투리 억양을 간신히 삼키며 방금 나온 영화의 대사를 따라 했다. 오이카와는 예상치 못한 대사에 눈만 끔뻑였다.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 아츠무 특유의 억양 빼고는 영화의 대사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아까처럼 오그라들어야 하는 게 맞는데. 저 말을 듣고, 순간이지만 설렜다니. 아츠무와 사귀면서 이상해진 게 분명했다.

 

오이카와에게는 살면서 종잡을 수 없는 부류가 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와 연인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성격이 나쁜 것은 둘째고, 남 놀리기에 바쁘고 기분 나쁜 말만 골라 하는데. 어느 날부턴가 마음이 맞아 함께 하고는 있지만, 잘 알고 익숙해진다고 해도 이런 류의 사람은 함께하는 동안 간혹 저를 놀라게 하곤 했다. 오늘도. 아츠무가 이런 대사 할 줄이나 알았을까. 평생 영화에나 나올 법한 오글거리는 말을 아츠무에게서 들을 거라는 생각도 한 적은 없었다. 하긴, 아츠무니까 철판 깔고 한 거지.

 

“그, 크흠.”

“와. 떨렸나.”

… 건방지게 반말하지 말랬지?

“이럴 땐 상관없지 않나.”

 

말을 끝으로 아츠무가 몸을 기대고 있던 소파 위로 오이카와의 몸을 밀쳤다.

 

야, 영화는…! 

안 보고 있는거 다 알거든? 토오루 취향 아니제?

 

씩 웃으며 다가오는 아츠무에, 오이카와는 결국 열심히 진행되는 영화를 뒤로 하고 눈을 감으며 키스에 응했다. 하여튼 눈치 빠르다니까. 하지만, 오이카와도 역시 오글거리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취향인지라 불평하진 않았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말할걸.

응? 뭐를?

아니다. 집중이나 해라.

 

쳇.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시끄러운 영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츠무와 오이카와는 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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