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오이] 타인의 시선 (10)
2018. 3. 27. 22:04Kunimi #2.
연습이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키타이치 때보다는 연습량이 많다 해도, 기본적인 것은 카게야마하고도 했었으니 웬만한 연습 정도는 버틸 만했다. 힘들다고 나가는 부원도 몇 명 있긴 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의 역량 문제지. 그렇게 말은 하지만 저들도 버티지 못하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이와이즈미 선배를 향한 시도 때도 없는 오이카와 선배의 애정 공세. 키타이치 때보다도 더 강해진 듯 보였다. 그때도 만만치 않은 ‘이와쨩’을 선보이기는 했으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주는 이와이즈미 선배 역시 그때보다 더 온화한 것 같기도 하고. 둘이 뭐가 있었나? 복도에서 만났을 때도 들었던 사이가 발전했을 거라는 추측에, 점점 확신이 들었고 그 확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었다. 쯧, 모르는 채로 있어도 좋으련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연습을 하고 있던 날이다.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곧 있을 인터하이에 대비하고 있을 때였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이카와 선배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다들 눈치를 보던 날이었다. 평소에 유한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섭다는 말을, 이때 알 수 있었다. 오이카와 선배는 누구에게 해코지하지도 않고 혼자서 조용히 서브 연습만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화내는 모습보다 그 모습이 무서운 사람은 아마 몇 없을 것이다. 사람이 돼서 매일 기분 좋을 수는 없겠지만, 오이카와 선배는 예외에 속하는 편이었다. 기분 나쁜 모습을 많이 보지도 못했을뿐더러, 기분이 좋지 못해도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표정 관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티 날 정도로, 심지어는 눈치 없기로 유명한 킨다이치조차 알아챌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 있었다.
“하필이면 이와이즈미가 늦을 때 안 좋을 게 뭐람.”
드물게 기분 나빠 보이는 오이카와 선배를 걱정하고 있을 때, 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마츠카와 선배―첫날 나른한 표정으로 오이카와 선배를 놀리던 선배다.―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싶어, 마츠카와 선배를 가만히 쳐다보았지만 말없이 제 머리만 쓰다듬더니 부원들을 집합시켰다. 대충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 같았다. 오이카와 선배가 걱정도 되지 않는 건가. 아니면 오랜 유대감 같은 건가? 그래도 저렇게 연습만 하시다가는 몸이 탈이 날 게 분명한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오이카와 선배는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 중 하나였으니까. 오이카와 선배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집합하라는 마츠카와 선배의 말에 하릴없이 이와이즈미 선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볼일을 마치고 체육관으로 돌아온 이와이즈미 선배는 체육관을 둘러보다, 한 편에서 무작정 서브를 날리고 있는 오이카와 선배를 발견했다. 키타이치 때도 오이카와 선배를 멈추는 것은 항상 이와이즈미 선배의 몫이었는데 세이죠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하긴 오버워크 하는 오이카와 선배를 이와이즈미 선배가 가만히 놔둘 리가 없지. 오이카와 선배가 오버워크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니까. 오이카와 선배를 향해 공을 집어 던지시려나. 아니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한마디 하시나.
따위의 생각들은, 전부 빗나갔다. 이와이즈미 선배가 체육관에 들어오자마자 오이카와 선배는 무섭게 날리던 서브를 그만두었다. 이와이즈미 선배가 오이카와 선배를 멈췄다, 라는 것엔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이와이즈미 선배가 들어오면서 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문소리만 들렸는데도 이와이즈미 선배임을 어떻게 안 건지, 던지던 서브를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멈췄다. 나지막이 한숨을 내쉰 이와이즈미 선배가 움직이지도 않는 오이카와 선배에게 다가갔다. 오이카와 선배의 머리를 투박하지만 조심스럽게 몇 번 두드린 이와이즈미 선배가 체육관 한쪽으로 오이카와 선배를 데리고 갔다. 서브를 날리던 오이카와 선배는 등을 돌리고 있었으니 표정을 볼 수도 없었을 텐데 짧은 시간에 이와이즈미 선배는 대충 오이카와 선배의 상태를 눈치챈 듯싶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봐봐, 걱정할 것 없다니까?”
“전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니까요…. 왠지 이와이즈미 선배는 무슨 일인지도 다 알고 있을 것만 같아요.”
“어쩌면 정말, 이와이즈미 선배는 알고 있을지도 모르죠.”
마츠카와 선배와 야하바 선배의 대화를 뒤에서 조용히 듣던 중,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저…, 이런 시선은 좀 부담스러운데요. 아, 미안!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두 선배에게 키타이치 출신이라 답하자 그제야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든 키타이치라는 말 한마디면 그냥 넘어가는 건 똑같았다.
“키타이치 때도 이와이즈미 선배는 오이카와 선배가 말하지 않은 것도 대충 알아채시곤 했거든요. 물론 오이카와 선배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두 분을 아훔(阿吽)콤비라고 부르기도 했죠.”
초신뢰관계, 혹은 아훔. 두 선배를 나타내는 단어는 꽤 많았지만 그 두 단어만큼 그들을 잘 표현한 말은 없다고 생각했다. 오이카와 선배의 서브로 시작해, 이와이즈미 선배의 스파이크로 끝을 맺는 매끄러운 연계. 두 선배의 이름처럼 처음과 끝을 나타내는 ‘아훔’만큼, 두 선배 사이에 어울리는 단어는 없다. 초신뢰관계라고 하면 언제나 기분 나쁘다며 말하던 이와이즈미 선배도 아훔이라는 단어에는 꽤 관대해지기도 했다. 키타이치 때의 이야기를 듣던 선배들은 1학년이 해주는 두 선배에 대한 이야기가 신기했는지, 앞에서 계속 저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는 마츠카와 선배는 익숙하시다면서요?”
“그래도 또 과거는 다르잖아. 물론 저 녀석들이 그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선배들과 함께한 시간은 1년에 불과했지만, 두 선배의 이야기는 유명했다. 실력이 좋다는 거야 당연하고, 항상 같이 붙어있는 모습이라던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그런 묘한 분위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기 십상이었다. 어쩔 때는 선배들이 따로 하교할 때마다 오히려 저들이 불안해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어이없기는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곤 했다. 고등학교에 왔다고 달라진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붙어 있는 것은 여전한데 만약 달라졌다면, 그 사이가 발전했을 거라는 사실밖에 없었다. 선배들 사귀는 건가요? 두 선배를 만났을 때부터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었다. 선배들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 알 수가 없어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 물음을 들은 마츠카와 선배와 야하바 선배는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다. 역시 사귀나 봐요. 아니, 그게 좀…. 선배들의 말을 종합하면 분명, 하는 행동만 봐서는 장수커플 수준인데 사귀지는 않는단다. 아무래도 두 선배는 사귄다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모양이다. 그냥 포기하면 빨라. 마츠카와 선배의 경험 섞인 교훈이다. 맞아. 웬만해서는 엮이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뒤늦게 합류한 하나마키 선배도 고개를 설레 흔들었다. 걱정 마세요. 저도 썩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올바른 생각이라며 선배들은 카라멜을 하나씩 쥐여 주기도 했다.
다가오는 인터하이. 두 선배가 만들어내는 핑크빛 분위기도 이기지 못할 만큼, 팀원들이 내뿜는 긴장감은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세이죠 2년, 혹은 키타이치 때부터 이어져 온 시라토리자와와의 대결과 얼마 전에 있던 연습 시합에서 마주한 카게야마까지. 카게야마의 성격은 여전했음에도 그 살인적인 서브를 받아치는 것이 가능한 히나타가 있는 카라스노는 마냥 무시할 수 있는 팀이 아니었다. 이전에 했던 연습경기에서 오이카와 선배가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고는 해도 어찌 됐든 카라스노가 승기를 잡은 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시라토리자와뿐만 아니라 카라스노까지 상대해야 할 중요한 시합에 킨다이치와 자신이 주전 멤버로 뽑혔다. 왜? 다른 선배들도 있는데? 잘못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인터하이의 멤버 발표가 끝난 후, 제가 뽑힌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어 오이카와 선배를 따로 찾아갔었다. 오이카와 선배는 실수가 아니라며 바꾸지도 않을 거라는 말과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만 했다. 그게 또 이상해서 이와이즈미 선배를 찾아갔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저들의 뭘 믿고 팀에 넣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이왕 함께 배구하게 된 거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오이카와 선배의 점프 서브는 전보다 더 강력했고 정확했으며, 오이카와 선배가 토스한 공을 받아치는 이와이즈미 선배의 스파이크도 코트 안에 빠르고 정확하게 들어갔다. 공격이 성공하자 시원하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두 선배의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아 보였다. 주장과 부주장의 힘찬 기운은 팀원들의 기세를 돋우기 충분했다. 세이죠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라 해도 정식 시합에서 보는 선배들의 활약상은 또 다른 기분이다. 코트 위에서 선배들과 함께하는 배구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짜릿했다. 선배들과 함께 코트 위에 서고 싶다, 오랫동안 생각해온 제 바람 중 하나였다. 키타이치 때부터 바랐던 순간이란 뜻이다. 이렇게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감정이 벅차올라 왔지만, 아직 우승하지도 않았으니까. 이왕 멤버에 뽑힌 거 시합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리라 생각했다.
선배들은 정말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선배들뿐만 아니라 저들 역시 최선을 다했다.―비록 자신은 조금 요령을 피우기는 했으나, 그건 오이카와 선배가 허락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고작 1학년임에도 저와 킨다이치를 주전 멤버에 넣은 오이카와 선배의 마음을 아직도 알 수는 없었지만 모든 선배들은, 그에 반박하지 않았다. 저들의 실력을 믿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오이카와의 결정’을 믿어서라는 이유가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대단한 오이카와 선배.
카라스노 전에서, 예상외로 카게야마의 독주는 키타이치 때만큼은 없었다. 카라스노에 잘 녹아든 것 같기도 하고. 제왕님이 전보다 조금은 바뀐 모양이다. 아닌 척하기는 했지만, 카게야마가 마음에 걸리기도 해서, 그 모습이 뭐, 조금은 안심되기도 했다. 네가 그래야, 우리도 신경 쓰지 않고 전력으로 하지.
천재 세터 카게야마와 그의 미끼 히나타에도, 오이카와 선배는 재빠른 대응책을 내보였다. 예상치 못한 카게야마의 성장에 중간에는 살짝 집중력이 흐트러졌나 싶었지만, 옆에 있던 이와이즈미 선배가 잡아주어 무사히 시합을 이어갔다. 카게야마는 카라스노에서 팀플레이라는 것을 배운 듯했으나, 그래도 저들이 한 수 위였다. 코트 너머에서 좌절하고 있는 카게야마의 모습은 후련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비록 마지막에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해도, 즐겁게 배구하기도 했던 기억은 남아있긴 한 모양이다. 마냥 약 올릴 것만 같던 오이카와 선배도 그냥 조용히 넘어갔다.
카라스노 전은 제가 기다렸던 시합이고, 선배들이 기다렸을 시라토리자와와의 시합은,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다. 뭐가 문제였을까. 운이 없었다. 실력이 모자랐다. 그 무엇도 저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변명이다. 선배들은 언제나 노력했고 최고였다. 전국 진출. 그 바람을 이루기에는 시라토리자와라는 큰 벽이 있었을 뿐이다. 선배들은 그 벽 앞에서 몇 번을 무너져야 했을까. 생각하고 싶지도, 더는 느끼고 싶지도 않을 패배감이었다.
인터하이가 끝나면 대게 진학반 선배들은 은퇴했지만, 주전 네 명의 선배는 전부 남아 있었다. 이와이즈미 선배와 오이카와 선배는 그렇다 해도 마츠카와 선배와 하나마키 선배도 남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승을 향한 집착을 알 수 있었다. 어렴풋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선배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했다. 잠시 쉬어도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도 쉬지는 않았지만. 장점으로 생각했던, 오이카와 선배가 인정해준 제 뒷심이 너무 늦게 열 올랐던 건 아닐까. 시합이 끝나면 으레 드는 후회 중 하나였다. 말이 많은 성격도 아니니, 그냥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게! 오이카와 선배가 봤다면 찌푸리고 있는 제 미간을 건드리며 할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본인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텐데 언제나 남들을 위해 오이카와 선배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다른 날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 하나둘씩 짜증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오이카와 선배도, 또다시 다음 시합에 집중하는 다른 선배들도, 옆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킨다이치도. 전부. 이러다간 엉뚱한 데 짜증낼 것이 분명해 머리를 식히려 체육관을 나섰다.
“무슨 일 있냐.”
아까부터 저를 쳐다보고 있던 오이카와 선배일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이와이즈미 선배가 따라왔다. 뭐라 답하기도 애매했지만, 다행히 이와이즈미 선배도 답을 재촉하지는 않았다. 이와이즈미 선배와는 단둘이 있어 본 적이 드물어서, 식수대에서 물만 마시며 무슨 말을 이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시합에 져서 초조해?”
정확히 정곡을 찌른 선배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초조라. 딱히 시합에 목매단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초조할까. 시합에 우승하지 못해서? 선배들과 함께 전국 진출을 하지 못해서? 이유를 알 수가 없어 그냥 가만히 있었다.
“뭐, 초조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닐까. 태평한 척해도 오이카와 녀석도 매일같이 무리하고 있고. 다른 녀석들도 평상시보다 더 열심이니까.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렇지만. 너도 이번 인터하이에서 카게야마 만났으니 느낌도 다르겠지.”
마땅히 대책을 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제 말에 공감만 했을 뿐인데 이와이즈미 선배의 말에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이와이즈미 선배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아니었지만, 그냥 그 존재만으로도 듬직했다. 물론 이런 말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오이카와 선배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놀랍지만.
“그래도 쿠니미, 네가 배구에 흥미 붙여서 다행이네.”
선배들이 흔히 말하는 남자들도 반할 이케맨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와이즈미 선배는 먼저 몸을 돌렸다. 가끔 같은 반 친구들이 이와이즈미 선배를 찬양할 때마다 뭘 보고 저러나 궁금했는데―이와이즈미 선배가 못났다는 게 아니다. 선배도 충분히 멋있지만, 옆에 있는 짜증날 정도의 미남 때문에 종종 그 매력이 가려지곤 했기에 알아본 이유가 궁금했을 뿐이다.― 조금 전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항상 오이카와 선배는 ‘못생긴 이와쨩이 인기가 많다고?!’라며 믿을 수 없다 했지만 그게 정말 몰라서가 아닌, 이와이즈미 선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 것을 다 알고 있었다. 남들도 아는 이와이즈미 선배의 매력을, 오이카와 선배가 모를 리가 없었다.
이와이즈미 선배는 그 외에는 다른 말은 하질 않았다. 이제 알아서 생각 정리하고 돌아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 그리고 너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킨다이치 좀 생각해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이와이즈미 선배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별말을 한 것도 아닌데 제 머리를 복잡하게 했던 생각 정리는 끝났다. 뭐, 그냥 짜증났을 뿐이라서, 생각 정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이왕 나왔으니, 생각 정리한다는 셈치고 조금 늦게 들어갔지만 다른 부원들은 신경 쓰지 않고 연습하고 있었다. 저를 쳐다보며 윙크하는 오이카와 선배로 보아 역시나 이와이즈미 선배를 보낸 것은 그가 분명했다. 이해해준다 해도 어찌 됐든 무단으로 나간 것은 제 잘못이었으니 오이카와 선배에게도 인사했고, 그는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디 갔다 왔어? 이와이즈미 선배의 말 때문인지, 아까부터 계속 눈치를 보고 있는 킨다이치에게 집중했다. 그냥 잠시. 연습이나 하자. 배구공을 들고 킨다이치에게 공을 넘기자 그제야 킨다이치도 안심한 듯 보였다.
다가오는 춘고. 쿄타니 켄타로라는 선배가 들어오면서 다시 한 번 전국을 노렸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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